잊을수없는 세월

고자바리

코스모스49 2025. 2. 7. 11:32

눈이 펑펑 내린다
봉창문 손바닥만한 유리창 너머로 하얀눈이
소리없이 소복이 쌓인다
<눈도 내리고 날씨 푸근하니 고자바리 케러갈까>
잿불 화로 끼고 계시던 작은외삼촌께서
침묵을 깨트리신다
고자바리 ?
이 한겨울에도 수확할 작물이 있었던가

초가집 건너방 끼고 돌면 뒷담 가파른 언덕 올라
얼기설기 쌓아논 가시덤불 울타리에는
한사람 간신히 들락이도록 구멍이 나 있었다
그 언덕넘어 도열하고 있는 아름드리 향나무들
지금도 아직 그대로 있을까
세월도 많이 흘렀건만 추억에서 떠나지 않는
외할머니댁

눈을 헤치고 땅속에 꽁꽁 얼어붙은 나무뿌리
곡갱이로 케기 시작하시는 작은 외삼촌
이것이 아궁이 불 집힐 나무란다 하시며
궁굼증 도와주신다
그렇다
그러던 세월도 있었다
나무뿌리 케 불피던 궁핍했던 세월
그래도 온돌방 아랫묵같이 따끈하고 아름답던 세월
지금이야 너무도 풍족한 세월이지만
이제 자라나는 어린 새싹들 무슨 추억
마음에 안고 살아갈까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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